안녕하세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가장 아끼는 물건들이 하나씩 있을 것 같아요.
아이팟이나 클래식기타, 명품 가방쯤이 될까요?
여러분에게는 어떤 물건이 있나요?
그것이 지금 곁에 있든 없든 간에 기억 속에 가장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는 그런물건들 말이예요.
저에게도 그런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카메라 [니콘 D40]입니다.
이십대 초반에 한달이 조금 넘게 알바를 한 돈을 모두 들여 들여 이 카메라를 구입했습니다.
그때에도 모은돈이 충분하지 않아 새것을 사지는 못하고 부산에 계신 분에게서 중고로 구입했었습니다. D40과 시그마 30미리 렌즈가 함께 70만원 정도였던가. 새제품으로 사면 렌즈랑 함께 100만원정도 했었던것 같아요.
DSLR은 펜탁스의 K100D로 시작했지만 당시에 사진찍는 행위 자체에 번거로움을 느껴 팔아 버렸다가 다시 사진을 찍기 위해 니콘브랜드를 샀었죠.
당시 정지훈을 모델로 한 니콘의 광고가 매우 매력적이었구요.
저는 카메라의 성능이나 기종 같은 걸 잘 따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비싼카메라가 편리하고 도움을 많이 주긴 하지만 저는 이 오래된 카메라가 내 인생 최고의 카메라였다고 생각합니다.
(애석하게도 캐논으로 브랜드를 변경하면서 중고로 팔아버려서 지금은 제 손에 없는데 지금까지도 참 아쉽습니다.)
왜 제 인생에 이 카메라 니콘D40이 최고였을까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이 30mm 단렌즈 하나로 모든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여러 곳에서 많은 사진을 찍어서 인지 렌즈는 자잘한 고장이 났습니다. 초점링도 고장이 나서 돌아가지 않고 시그마 특유의 펄은 많이 벗겨졌구요.
그래서 접착제로 붙혀놓기도 하고 검은 전기테잎으로 감아서 그렇게 사용을 했습니다.
액정보호 필름도 없어 스카치테잎을 붙혀 사용했구요.
거의 십년가까이 한 카메라를 사용하는 동안 수많은 카메라들이 출시되는 것 같았지만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사용했습니다.
내손에 꼭 맞았고 카메라의 구석구석이 맨들 맨들해져 나의 것이 되었습니다. 그 느낌.
나의 카메라다. 이 카메라의 모든점에대해 알고 있다는 느낌.
동네에 갈때도, 인도와 호주 유학시절에도 강의실에서도 차 안에서도 항상 가지고 다녔습니다.
저는 지인들의 사진을 주로 찍습니다. 서로 마주 앉은 거리에서 찍는 지인들의 상반신이 대부분이지요. 친구들, 가족 그리고 나에게 영감을 주는 분들을 찍어왔습니다.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기쁜순간은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너는 나에게 최고의 사진가다.]라는 말을 듣는 일이다. 저는 사진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아니고 저스스로를 사진가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정말 순수한 취미이고 앞으로도 그럴예정입니다.
저는 그냥 주위에 사진 찍는걸 좋아하는 친구 쯤 된다고 하면 좋을까요? 그래서 그 분들이 제가 찍어준 사진을 좋게 평가해 주는 그 정도가 마음에 듭니다.
그런 마음가짐이 있을때 이 카메라의 구성이 참 좋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곁에서 담백하게 기록해 낼 수 있는 나만의 사진기"
요즘은 부모님사진을 많이 찍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이 블로그에 남긴 [인생의 꿀 팁]이라는 글중에 [오늘 부모님의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겨보자]라는 글이 오래 동안 기억에 남았있습니다.
제 지인들에게도 많이 익숙했던 이 카메라는 아주 오랬동안 기억에 남을것 같구요.
오늘도 [너는 나에게 최고의 사진가다.]라는 이야기를 듣고싶습니다.
요즘은 사진이 아니라 카메라 기계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다시 이런 나만의 카메라를 만나야 한다는 부담감도 들고말이죠.
니콘D40은 사진찍는 행위 그 자체가 즐거웠던 카메라로 영원히 기억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물건, 아니 어떤카메라가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고맙습니다.
[니콘 D40]으로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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